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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제천솔뫼학교 노향순 문해교사 인터뷰

[제전솔뫼학교 노향순 문해교사님]

Q. 문해교사님 소개

A. 안녕하세요. 저는 제천솔뫼학교와 2010년부터 인연을 함께하고 있는 솔뫼학교 국어교사 노향순이라고 합니다.

Q. 문해교사로는 어떻게 활동하시게 되었나요?

A. 처음에는 솔뫼학교라는 학교를 아예 모르고 있었어요.
원래는 다른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김종천 교장선생님이 저희 활동하는 데 오셔서 강의도 하셨거든요. 그렇게 김종천 교장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노병윤 교감선생님도 알게 되었어요.
교감선생님께서 2007년에 문해교사 양성과정이라는 걸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셔서 그때 문해교사 양성과정을 제가 수료했어요. 2009년도에 문해교사 양성과정의 심화과정을 수료하고 2010년도부터 제천솔뫼학교에서 문해교사로서 첫 발을 디디게 되었어요.

Q. 문해교사로 활동하면서 보수를 따로 받으시나요?

A. 일을 다니면서 자원봉사로 문해교사 활동하는 게 힘들 때도 있었어요.
일주일에 한번 수업을 한다고 해도, 일반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 빼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생활까지 함께 하기 조금 벅찰 때가 있었는데, 아이를 낳고 조금 자유로운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문해교사로 틈틈이 활동할 시간을 낼 수 있었어요.
그렇게 활동하면서 저는 보수를 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우리 학습자분들이 제가 하고자 하는 수업을 잘 따라오실 때 그 성취감이라는 게 돈으로는 환산이 안 될 정도로 너무 좋아요. 그런 성취감과 뿌듯함으로 다른 건 다 잊어버리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Q.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뿌듯했던 일화나 기분 좋았던 일이 있으신가요?

A. 지금으로부터 6~7년 전 일이 기억에 남아요.
올해 93세가 되신 할머님이 계세요. 그분 자녀분들이 약간 장애가 있으셔서 할머님 혼자 집안 돈 관리 같은 것도 다 하셔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혼자 은행에 가셔야 하는데, 그때만 해도 다 수기로 작성해야 돈을 찾을 수 있었어요. 한글을 모르는데 그걸 은행원한테는 말하기가 부끄러우시니까 손에 붕대를 감고 붕대 때문에 글씨를 못 쓰니까 대신 써달라고 하면서 은행일을 보셨다고 해요. 이렇게 매번 은행 업무를 봐야하니까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셨대요.
그래서 제가 은행 창구에 직접 가서 돈 찾을 때 사용하는 용지를 몇 장 얻어왔어요. 수업에서 그걸로 출금하는 거, 입금하는 거 실제 은행처럼 연습했죠. 그 뒤로는 할머님이 그렇게 한글을 배우시고 떳떳하게 은행에 가서 업무도 보실 수 있게 되었어요.
할머님은 아직도 저를 보시면 그때 이야기를 하세요. 그때 돈 찾는 거 가르쳐줘서 정말 너무 감사하다고 아직도 말씀하세요.
물론 이 일화 외에도 다른 일이 많은데 저에게는 이 기억이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진행 사진]

Q.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일이 있으신가요?

A. 예전 일이긴 한데, 학교가 운영되려면 학습자들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처음에 학습자를 모집하려고 전단지를 만들었어요. 엄청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학교 주변 집집마다 찾아가서 ‘저희가 한글을 가르쳐 드리니 학교로 와주세요’라고 2~3개월을 전단지 들고 다니면서 홍보를 했어요. 그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에요. 학습자분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힘들었던 적은 없는데 초반에 학습자분들 모집하는 게 정말 힘들었죠.

Q. 요즘에도 학습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시나요?

A. 요즘에도 학습자 모집은 힘든 편이에요.
그래도 요즘은 소개 받아서 먼저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분들이 먼저 찾아와 주시기 전에는 저희는 한글을 모르는 분들을 찾아낼 수가 없어요. 자신이 한글을 모른다는 걸 밝히면 남들이 자신을 무시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더욱 밖으로 드러내길 꺼리시는 거예요. 더 꼭꼭 숨으셔서 찾기가 힘들어요. 제천시 인구가 13만 명 정도 되는데, 그 중 3만 명 이상이 비문해 학습자라고 해요. 근데 이렇게 많은 분들을 저희가 먼저 찾아갈 수 없어서 아쉽죠.
대부분은 주변 분들의 소개로 학습자분들이 먼저 찾아와주시고, 전화 문의를 먼저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어르신 분들은 114가 익숙하시니까, 114에 전화하셔서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시고 저희 솔뫼학교를 안내 받아서 찾아오신 분들도 계셨어요.

Q.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 물품이나 금전적으로 지원해주시는 것보다는 직접 현장에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학습자분들의 수업 환경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와서 보지 않는 이상 이야기로만 듣고는 잘 모르거든요. 조금 멀리 있지만 서로 소통하고 몇 달에 한번 정도는 실제로 오셔서 학습자분들이 뭐가 필요하신지 직접 얘기도 해보시고 그런 자리가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학습자분들은 저희한테 부담 준다고 생각하셔서 교사들한테는 얘기를 잘 안 해주시거든요. 저희는 학습자가 우선인 학교이기 때문에 직접 학습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실 수 있게 그런 자리가 많이 마련되길 소망합니다.

Q. 앞으로 본인만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실까요?

A. 저는 어렸을 때 원래 교사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국어교사로 활동하게 되면서 그 꿈은 이룬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 교장, 교감선생님은 제가 더 크길 바라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분들처럼 언젠간 교장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해요. 나중에라도 내 학교를 교장으로서 한번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어요.